[스타트UP스토리]재활보조공학기기 스타트업 '강한손' 김용태 대표
재활보조공학기기 스타트업 '강한손' 김용태 대표/사진=강한손
주머니 속 자판기, 스마트폰용 음성 리모컨, 휴대용 경사로,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 모두 장애인들을 위한 보조기기다. 재활의료·보조기기 전문 소셜벤처 '강한손'이 개발·판매하고 있다. 이 회사 대표 김용태 씨를 만난 지난달 22일은 미국 장애인법(ADA) 제정 31주년을 나흘 앞둔 날이었다. ADA는 공공서비스, 주거, 교통 등의 분야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인에게도 공평한 기회를 부여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김 대표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ADA에 대해 설명한 뒤 "정부와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지만 정작 소비자로서 장애인이 누려야 할 권리를 찾아주는데엔 인색한 것 같다"고 지적하며 "우리와 같은 스타트업이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기업)이 된다면, 그 사회는 진정 성숙했다는 의미이자 국가 품격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셜벤처업계 첫 유니콘이 돼 보이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움푹 패이거나 볼록한 요철 없이 매끈하게 빠진 요즈음 디지털기기는 비장애인들이 보고 쓰기엔 좋아도 장애인들에겐 가장 원망스런 제품이다. 식당 키오스크, 은행 현금자동지급기(ATM), 자판기, 스마트폰·태블릿, 현관문의 디지털도어락 등 일상생활 전반으로 터치스크린 기술이 확산하면서 그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코로나19(COVID-19)로 사람들의 일상이 빠르게 비대면 환경에 적응해 가고 있지만 장애인들은 원하는 물건을 사고 서비스를 받기가 이전보다 더 힘들어졌다고 하소연한다.
김 대표는 시각장애인들의 이 같은 접근성 문제를 해결할 보조기기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40대 중후반, 느지막하게 창업하면서 이 사업아이템을 선택한 건 그에겐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김 대표는 이메일 등을 점자·음성으로 쓰고 듣게 해주는 점자 정보 단말기를 생산하는 '힘스(HIMS) 인터내셔널'에서 국내 영업·기획팀장, 의료기기 전문업체 셀바스헬스케어에서 영업총괄 실장을 역임한 의료·재활 보조기기 분야 베테랑이다.
강한손은 상품 구성이 다양해 장애인들의 종합쇼핑몰로 불린다. 대표 상품인 '티티'는 소리 기반으로 물건 위치를 찾을 수 있는 음성 트래커를 지원한다. 자신의 물건에 태그를 달아 두면 가까이 갈수록 소리가 커져 위치를 손쉽게 알 수 있게 돕는다. 신발을 벗고 입장해야 하는 식당에서 자신의 신발을 찾지 못해 서랍을 한참 동안 더듬는 한 장애우의 모습을 목격하고 바로 개발했다고 한다. '리보'는 정확한 문장부호, 이모티콘 입력, 텍스트 편집을 손쉽게 할 수 있는 휴대용 키보드로 신용카드만 한 크기다. 'F3 경사로'는 휠체어 사용자들을 위한 이동식 경사로로 쉽게 접어서 이동할 수 있게 만들었다.
최근 목걸이 타입의 음성정보 단말기 '강한손 시냅스'도 개발 중이다. 내년께 선보일 예정이다. 이는 터치 UI(사용자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 한 것으로 '스마트폰·태블릿용 음성 리모컨'으로 불린다. 예컨대 스마트폰에 관련 앱(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블루투스로 연결돼 있으면 자신이 원하는 메뉴를 음성으로 선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음성으로 문자를 적어 보내고, 반대로 수신된 문자를 들을 수 있다. 이는 음성을 텍스로 전환하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음성 제어 통제 기술 특허를 이전 받아 완성했다. 김 대표는 "ETRI에서 제품의 취지를 듣더니 무상으로 기술 이전을 해줬다"며 고마워했다.
아울러 장애인용 '홈 오토메이션' 단말기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이 장치는 음성으로 보일러·에어컨 등 난방기와 조명 등을 켜고 끌 수 있고, 온도가 현재 몇 도인지 등 집안 내 상태를 음성으로 안내받을 수 있다. 기존 스마트홈 시스템이 지원하는 기능과 비슷하나 모든 작동상태와 이로 인한 환경 변화를 음성으로 자세하게 알려준다는 게 차이점이다. 김 대표는 "공공임대주택이 전국에 매년 20만호씩 보급되는데 이중 장애우들을 위해 2-3만호 정도가 공급된다"면서 "이 시장을 건설사와 협업해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3월 설립된 강한손은 제품 라인업을 구축한 뒤 지속적인 매출 상승세를 그려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2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성장했다. 주로 공공구매시장(B2G)을 노려, 경영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고령화·저출산 문제로 우리나라 연간 복지 예산도 국방비만큼 늘고 있지만, 정작 노인이나 장애인들을 위한 보조기기 제품은 외국에서 수입해 쓰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기술 개발·고도화를 통해 외산 보조기기 대부분을 국산화하면 가격도 싸지고, 그만큼 국가 예산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위에서부터, 티티, 리보, F3경사로/사진=강한손
출처: 류준영기자, 「터치 아닌 음성으로 바꿨더니..디지털 격차가 사라졌다」『머니투데이』2021-08-03, https://news.v.daum.net/v/20210803104235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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